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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영화 -- 대부 2 (The God Father Part Ⅱ)

정영일 영화평(評)

추억의 영화 -- 대부 2 (The God Father Part Ⅱ)

 

지난 4월(78년 4월), 마흔두 살의 한 남자가 세상을 떠났다.

뉴욕 맨하탄의 한 병원에서 폐암으로 숨진 이 사람은 우리가 잘 아는 사나이다.

존 카잘. 여러 영화에서 알 파치노의 파트너 역으로 호연을 보였던 남우다. 42세라면 한창 나이련만 그는 갔다.

메릴 스트립과 연애시절 존 카잘

 

〈대부〉에서 마음 약한 형, 마이클의 형으로 나와 인상적인 개성을 보여주었던 프레드 역의 #존카잘 이 영영 사라진 것이다.

〈속 대부〉. 원제 역시 〈The Godfather Part II〉다.

1974년 미국 파라마운트 배급의 이 시네마는 코폴라 컴퍼니가 제작했다. 색채 대형. 오리지널 러닝타임 2시간 58분.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영되고 있는 프린트는 2시간 30분짜리이다. 수입영화사가 자진(自進), 자의(自意)로 줄이고 자를 것 같지는 않지만…. 하여튼 '안타까운 일’이다.

↑ 프란시스 코폴란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대부〉에 이은 속편을 발표함으로써 그의 재능과 역량을 새삼 증명한 것인데, 〈Part Ⅱ〉는 제47회(올해 4월 3일의 시상식은 제50회였다) 아카데미상에서 모두 여섯 개의 오스카를 차지했었다.

작품상 (F. F. 코폴라), 남우조연상 (로버트 드 니로), 감독상(F. F. 코폴라), 각색상(F. F. 코폴라 및 마리오 푸조), 미술상(딘 타발라리스, 안젤로 그레암, 장치는 조지 R. 넬슨), 음악 오리지널 극음악 —— (니노 로타 및 카르미네 코폴라).

이밖에 알 파치노와 탈리아 샤이어(지난해 6월 서울서 공개되었던 〈로키〉에서 애드리안 역으로 호연을 보여준, 포드 코폴라 감독의 누이동생이다)가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의 후보지명을 받았었다.

〈The Godfather Part II〉에서 흐르고 있는 것은 고독과 슬픔이다. 종국을 향하여서만 나갈 수밖에 없는 자의 되돌아설 수 없는 슬픔이다. 위세가 당당하며 명쾌한 리듬이 넘쳐흐르던 전작 〈대부〉에 비하여, 이 제2부는 음울하고 템포도 느리다.

초점은 죽은 대부(M. 브란도)의 뒤를 이은, 이른바 프린스 알 파치노에게 맞추어져 있다.

'일으키는 자'가 아니라 '이어받을 수밖에 없었던 자'의 폐쇄의 숙명, 즉, 분명한 시대의 움직임 속에서, 스스로의 제국의 붕괴를 실감하며, 그러나 이를 수습해나가지 않을 수 없는, 젊은 제왕의 고립과 비극이 이 영화의 기둥이라고 하겠다.

↑ 돈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드니로

 

알 파치노가 연기하는 마이클 코르네오네는 전편 ‘끝’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뉴욕을 떠나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로 옮겨 이를 주름잡고 있다. 그는 카스트로 등장 직전의 쿠바에서 미국 관광자본을 대표하여 한몫 끼어들려고 하다 실패하기도 했으며, 쿠바 상륙을 위하여 의원을 협박한 끝에 스캔들 속으로 끌어들이는 등 차갑고, 더러운, 온갖 수단을 다 부려온 사나이다. 섭섭하게도 필름이 꽤 커트되었지만 말이다.(70년대는 수입작의 가위질이 심한 시기였다)

그는 또 손을 쓰기만 하면 의회 고문위원회라 할지라도 상처없이 빠져나올 수 있을 정도의, 무서운 냉혈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나이이기도 하다.

↑ 젊은 날의 다이앤 키튼

 

그러나 그가 명령한 몇몇 살인이 늘 외부로부터의 방해 때문에 미수로 그치듯이, ‘시대’는 결정적으로 마피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세상을 깔본 마피아간의 ‘대난전(大亂戰)의 시대는 아니고, 그래서 걸국 이 젊은 60년대의 두목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자기 축소의 보신(保身)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설마 설마 참으며 어지간히 남편을 따라온, 가장 그를 사랑하고 그를 의지해왔던 아내 케이(다이앤 키튼. 이 여우는 <애니 홀>로 올해 아카데미 주연상을 탔다)라든가 형(존 카잘)을 잘라버리고 말살해나가는, 축소의 보신밖에 없는 것이다.

패밀리의 확보를 위하여 거꾸로 육친을 하나씩 없애버려야 한다는, 이 차가운 모순에서, 영화는 정치나 권력과 밀착해야만 겨우 살아갈 수 있는 마피아 제국의 처량함을 보여준다.

마피아에의 최대의 ‘갚음'은 무엇인가? 이 정감적인 드라마에서 우리는 냉랭한 비판력을 볼 수 있다.

음악의 니노 로타 등 주요 스태프들은 전작과 같으나, 속편이라기보다는 코르네오네 일가 3대의 가계사(家系史)라는 편이 좋겠다.

그런 점으로 볼 때, 순오락 작품으로 질 - 량 공히 압도적인 박력을 지녔던 대부보다는 덜 화려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예술성을 지향한, 예술이라는 양념으로 간을 친, 마피아 영화라고나 할까?

 

사족 — 남우조연상을 받은 비토 코르네오네 역의 로버트 드 니로의 회상 장면을 비롯한 몇 군데가 가위질당했기 때문에 관객 중에는 설명부족을 느끼는 이도 있다. 영화 평자가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F. F. 코폴라 감독에게 2시간 58분은 예술가의 생명을 걸고 절대로 지켜야 할 ‘러닝타임'이었다는 것이다.

 

(주간조선, 1978. 5. 21)